룰렛 카지노

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중반룡의 게임애가] 뒷북 방송의 짜증나는 한국 게임산업 때리기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S 방송국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상황이 무척 나쁘다는 주제의 방송이 있었다. 방송 타이틀은 “중국에 뒤쳐진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확률형 뽑기’가 망친 게임산업”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이었다. 이 방송의 내용을 요약하면, “검은 신화 : 오공”이라는 중국 게임의 흥행 성공을 보면서 한국의 게임 전문가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며, 그 근거로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위정현” 교수의 인터뷰를 제시했다.

위정현 교수는 한국이 확률형 아이템 수익 모델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은 많은 게임 스타트업이 창업해 혁신적인 도전으로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고 있고, 우리가 중국보다 게임 제작에서 앞서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검은 신화 : 오공”을 보면서 우리가 이제 막 진입한 콘솔 시장에서 중국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우리가 중국을 뒤따르는 형태가 됐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현재 국내 게임 개발자와 경영자들이 고인물이라는 점을 스스로 느끼고 있고, 세대 교체가 필요하며, “스텔라 블레이드” 같은 게임과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 같은 사례를 보면서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위정현 교수의 게임 전문가 대표성 여부이다. 해당 방송에서는 국내 게임 전문가들이 “검은 신화 : 오공”을 보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하면서 위정현 교수의 평가를 내보냈다. 나도 게임업계와 그 주변에서 20년 이상 있었지만, 주변에 게임업계 사람들 중 해당 게임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그 게임을 보면서 한국 게임 산업이 중국에서 뒤쳐지게 되어서 큰일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위정현 교수가 한국게임학회의 회장으로 4대째 연임하며 오랫동안 있었고, 게임 학계에서 유명한 인사이기는 하지만, 산업 경험도 전혀 없고, 전공이 경영학인 사람으로 게임 전문가를 대표할만한 사람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하면서 그 중 한명이라면 모르지만, 해당 방송에 게임 전문가로 인터뷰가 등장한 사람은 위정현 교수가 유일하다. 한 사람의 의견이 전체 게임업계의 이야기인 것처럼 방송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다음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위정현 교수가 해당 방송에서 이야기한 내용의 사실성 문제이다. 우리도 이제 막 콘솔 게임 개발을 시도했다고 이야기하지만, 평가가 기대보다 못했을 뿐 이미 20년 전부터 RPG 게임인 “마그타카르타”, RTS 게임인 “킹덤 언더 파이어”, 액션게임 “나인티 나인 나이츠”, 리듬비트 게임 “디제이맥스”, 스포츠 게임 “팡야”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검은 신화 : 오공”으로 한국 개발자들이 중국의 위협을 느낀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방송에도 언급된 호요버스의 “원신”이 등장 무렵부터, 많은 한국의 개발자들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중국이 한국에 근접했고, 특정 영역에서는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원신이 출시된 것이 4년이 넘었다. 게다가 콘솔 개발 능력에서 이번에 위기를 느꼈다고 이야기하고, 원신을 모바일게임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원신은 모바일, PC, 콘솔을 동시에 지원하는 멀티 플레이 게임이다. 또한, 방송에서 제작사 호요버스를 무명에 가까웠던 작은 제작사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호요버스는 이미 “붕괴 시리즈”로 매년 수 천억의 매출을 내고 있던, 업계에서는 유명한 제작사로 이런 자금과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1천억 이상의 제작비를 투자하여 원신을 제작했다.

이번에 오공을 개발한 제작사 “게임 사이언스” 역시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제작사로 소개했지만, 중국의 대기업 텐센트에서 서유기 IP 게임을 제작한 경험을 가진 인력이 나와서 10년전에 창업에 한 기업이고, 텐센트 등 중국의 다른 기업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 1천억 이상으로 추정되는 제작비를 사용해 이번 게임을 제작했다. 현재 국내 개발자와 경영자들이 스스로 고인물로 느끼고,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세대 교체의 사례로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를 언급했지만, 김형태 대표는 게임 업계 경력이 20년이 넘은 1세대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으로 위정현 교수가 이야기한 고인물에 포함되는 인물이고, 시프트업도 창업한지 10년이 넘은 기업이다.

방송이 한국 게임의 현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활동이다. 그러나 그것은 건전한 비판이 되어야지 대안 없는 비난이 되거나, 잘못된 내용을 검증 없이 근거하여 왜곡된 정보를 전달해서는 안 된다. 국내 게임 산업이 확률형 아이템 중심으로 성장했고, 새로운 시도 등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비판이고,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 게임과의 비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대표성이 부족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개인의 의견을 전체 업계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처럼 포장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검증하지 않고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이 가지는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나 새로운 시도가 부족한 문제 등은 방송에서 지적한 것처럼 국내 메이저 게임 회사들의 혁신과 도전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최근 다른 메이저 게임 시장인 일본 시장에서의 성과도 주목할 점이 있으며, 중국이 자국의 게임 시장을 보호하고, 육성할 때, 국내에서는 셧다운제, 쿨링오프제, 중독법 등 제작자의 의욕을 꺾고, 게임 과몰입에 대한 문제 제기에만 앞장섰던 정부 당국과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먼저 지적하고, 앞장서야 할 게임학회의 회장이 특정 기업의 이름을 언급하며, 해당 기업이 망해야 한국 게임산업이 산다는 자극적인 인터뷰를 방송에서 하는 것은 학자로서 비판 받을 일이다.

누군가 한국게임학회가 새로운 연구나 학회내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지 않고, 회장의 대외 활동의 적절성에 대해 내부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오랫동안 바뀌지 않은 회장단이 고인물이라 한국게임학회가 망해야 대한민국 게임학계가 산다고 말한다면, 위정현 교수가 뭐라고 답변할지 궁금하다.

한국의 게임산업의 활력이 부족해질 수 있고, 산업의 허리가 될 수 있는 중소 제작사의 육성이 필요한데, 정책적 육성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를 내가 이 칼럼을 통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 10년이 됐다. 그 사이 국내 게임산업은 중소 제작사는 설자리를 잃었고, 국내 게임 산업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내가 중국이 콘솔 게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가 중국 시장 진출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을 방어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고, 아직은 우리가 앞서 있으나, 곧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을 것 같다는 “차이나조이” 전시회에 대한 평가를 칼럼으로 쓴 것이 2015년 9월이다. 진짜 게임 전문가들이 7~8년전부터 이야기해 오던 것을 마치 이제 처음 확인한 사실인 것처럼 방송에서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 고인물은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수혈되고 있는 게임산업계보다 소수의 교수가 장악하고 움직이지 않는 게임 학계나 새로운 사람들을 인터넷 미디어 분야에 빼앗기고 있는 레거시 미디어 업계에 더 많은 것 같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내 댓글 모음